바둑TV on air 편성표
바둑뉴스
home Home > 바둑뉴스 > 국내뉴스
조혜연의 ''이색'' 호소문
조치훈:조혜연 대주배 결승...17년 만에 관심 끄는 반상 성대결
  • [취재수첩]
  • 뉴스제공 : 사이버오로 / 정용진 2018-04-13 오후 2:55:16
▲ 4월23일 5기 대주배 결승전에서 남녀 성대결을 펼치는 조혜연 9단과 조치훈 9단.

지난해 국내에 개봉된 <빌리 진 킹:세기의 대결>은 ‘테니스의 성대결’을 그린 영화다. 1973년 당시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이던 빌리 진 킹과 현역에서 은퇴한 전 남자 윔블던 챔피언 바비 릭스가 벌인 성대결은 엄청난 화젯거리가 되었고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남자선수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상금에 불만을 품은 여자선수들이 빌리 진 킹을 중심으로 대회를 보이콧하며 직접 세계여자테니스협회를 설립한 과정도 담았다.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던 스포츠 업계의 관행에 냉대 받던 여성선수들이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일어난 사건은 당시 ‘혁명’에 가까운 행보였다.

▲ 세계를 뒤흔든 빅매치, 세상을 바꾼 도전. 영화 <빌리 진 킹:세기의 대결>의 포스터.


테니스에 견주면 바둑은 일찍이 남녀 성대결이 빈번하게 펼쳐지고 있는 곳이다. 테니스나 골프처럼 신체 근력을 쓰는 종목이 아니어서인지 바둑은 남녀간 실력차이가 그쪽만큼 심하게 나지 않는 편이고, 남자/여자 대쪽같이 가리지 않고 함께 겨루는 대회가 많다. 빌리 진 킹은 은퇴한 남자선수에게 이겨 화제를 일으겼지만 바둑동네는 쟁쟁한 현역 챔피언끼리 맞붙어 이겼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결이 18년 전, 2000년 43기 국수전 도전3번기이다. 남녀오픈기전에서 바둑사상 최초로 여자기사(루이 나이웨이 9단)가 도전자로 등장했고(도전자결정전에서 이창호 9단을 눌렀다) 내친김에 국수 조훈현 9단까지 2-1로 꺾고 챔피언벨트를 움켜쥔 바 있다.

▲ 2000년 43기 국수전 도전3번기에서 루이 나위웨이 9단이 조훈현 국수를 2-1로 꺾고 바둑사상 제한기전이 아닌 남녀 오픈기전에서 남자기사를 꺾고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루이 9단이 세계최강의 여자기사였고, 종종 최정상급 남자기사들을 혼쭐내긴 했어도 도전자결정전에서 이창호 9단까지 뉘고 도전자로 나서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뭐, 백번 양보해 단판승부(도전자결정전)였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3판 2승제로 대결하는 도전3번기에서조차 조훈현 9단을 2-1로 꺾고 타이틀을 따낼 줄이야 꿈엔들 생각했으랴. 바둑 역사상 남녀가 모두 참가하는 오픈(혼성)기전에서 첫 우승한 여자기사였다. 오죽 놀라웠으면 ‘한국바둑의 대부’로 불리는 조남철 선생이 허허 웃으며 “남자기사들에게 가위 하나씩 선물해야겠어”라는 농을 다 던졌을까.

이후 루이 9단에 필적할 ‘센세이션’을 일으킨 여자기사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놀라운 분전(25전 15승10패, 이 중 8승이 남자기사에게 거둔 승수)을 보이고 있는 조혜연 9단이 5기 대주(大舟)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준결승에서 서봉수 9단을 꺾고 결승에 올랐고, 이는 잔잔한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결승상대는 서능욱 9단을 따돌리고 올라온 조치훈 9단.

대주배가 비록 만나이 50세 이상의 남자기사와 만30세 이상의 여자기사가 참가하는 시니어기전이긴 하나 결승에서 맞설 상대가 조치훈 9단이면 무게가 달라진다. 팬들이 ‘레전드’라 부르는 불세출의 기사다. 조혜연 9단 또한 루이 9단에게 맞서며 한국여자바둑의 간판으로 한시절을 장식했던 여전사다. 이러한 두 기사가 펼치게 될 ‘성대결’에 관심이 모아진다. 무엇보다 모처럼의 성대결(결승)이잖은가. 2001년 루이 9단과 조훈현 9단의 국수전 리턴매치(이때는 조훈현 9단이 2-0으로 이겨 국수를 되찾았다) 이후 17년 만에 다시 보는 성대결이다.

○● 대주배 4강 결과 뉴스 ☜ 클릭

결승전은 단판승부다. 4월23일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다. (사이버오로 대국실에서 생중계로 감상할 수 있다.)

조혜연 9단이 지난 1월 시니어-여자 챔피언스컵에서 반집승한 바 있지만, 페이스북에 일단을 보인 조혜연 9단의 마음가짐은 어디까지나 도전하는 기분이다. “조치훈 선생님과의 역대전적은 1:0으로 당시 제가 반집 이겼었지만, 그 바둑 내용이 너무 나빠서 선생님께 송구한 마음이 있고요, (중략) 존경하는 조치훈 선생님과의 결승대국은 반드시 내용을 개선시켜 도전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조혜연 9단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래와 같이 익살스런 ‘응원 호소문’을 써 17년 만에 펼쳐지는 반상 성대결에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조혜연 9단은 이런 호소문을 올린 까닭을 "평소 제 팬이었던 분조차 은연중 조치훈 선생님을 응원하는 기색이어서 속상했다"면서 "타 종목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대결에 앞서 재미있는 임전소감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 듯 대주배 결승 홍보를 겸해 작성해 봤다"고 웃으며 말했다.

▲ 조혜연 9단이 4월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색(?) 호소문'
이전 다음 뉴스목록
이전 다음 뉴스목록